
현지용 기자
2026년 1월 29일
'언론·출판의 자유'에도 무소불위 여권법이 차단
6.25 전쟁, 진먼 포격전 순직 등 韓 전쟁기자 희생도
처벌 만능주의, 행정 편의주의…징역 3년·3천만원↑
샘물교회 피랍 '쐐기'…전쟁 취재 시스템·인재 멸종
"국민 생명·안전"? 이스·이란 등 일부 예외 '이중잣대'
한국의 카파·힌츠페터 원한다면 여권법부터 바꿔야

○ 헌법이 명시하는 언론·출판의 자유
대한민국은 헌법 제21조에서 '모든 국민이 언론·출판의 자유를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37조 '과잉금지의 원칙'은 '필요시 국민의 자유·권리를 제한하려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춰야 하며, 그 제한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국민의 '알 권리'라는 기본권을 보장하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는 정체성을 규정한 조항이다. 알 권리의 보장은 헌법 제1조의 '국민 주권주의', 헌법 제10조의 '인간 존엄과 가치', 헌법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신장시킨다고 헌법재판소가 판결(90헌마133)하기도 했다.
알 권리는 필연적으로 '알 정보에의 접근'-'취재의 자유' 또한 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21조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은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을 전제로 한다.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은 정보에의 접근이 충분히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 즉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으며 자유권적 성질을 공유한다"라고 봤다.
또 "자유권적 성질은 일반적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수집·처리함에 있어서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지 아니한다는 것을 말한다…현대 사회가 고도의 정보화사회로 이행해감에 따라 알 권리는 생활권적 성질까지도 획득해 나가고 있다.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인권에 관한 세계선언 제19조도 알 권리를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라고 판결했다.

○ 전쟁 취재가 기록한 세계 전쟁·분쟁의 역사
언론·출판의 자유에는 전쟁·분쟁이라는 가장 위험한 사건에 대한 취재·보도의 보장 또한 마찬가지로 포함시킨다. 국제인도법(IHL)과 국제연합(UN)은 전쟁·분쟁을 취재하는 언론인, 즉 전쟁기자(War journalist)에 대해 민간인과 같이 보호의 대상으로 명시한다. 제네바 협약은 전쟁기자 또한 포로 지위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러한 전쟁기자에의 보호 의무와 보장은 전쟁·분쟁이라는 사건에 대한 특수한 접근 권한과 감시, 이를 통한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는 국가와 세계, 역사를 바꿨다. 베트남전 보도사진인 1968년 구정 공세 당시 '사이공식 처형(Saigon Execution)'과 1973년 '소녀의 절규(The Terror of War)'는 미국 내 반전 여론을 일으켰으며, 1993년 '수단의 굶주린 소녀(The Vulture and the Little Girl)' 보도사진은 수단 등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일으켰다. 9.11테러로 일어난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 또한 수많은 기자들의 목숨을 건 보도를 통해 전쟁의 참상이 세계에 알려졌다.
대한민국 또한 전쟁·분쟁 기자를 통해 한반도의 실상과 격동의 역사가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6.25 한국전쟁에서는 세계 각국의 많은 기자들이 전쟁과 학살 등 전쟁범죄를 취재했으며, 이 과정에서 17명이 순직했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전쟁이 벌어질 뻔한 1958년 진먼 포격전에서는 <한국일보>의 故 최병우 기자가 순직했으며, 독일 영상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보도는 6월 항쟁으로 전두환 군부정권을 종식시켰다.

○ 법률이 금지하는 전쟁 지역 취재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언론은 헌법의 하위인 법률-'여권법 제17조(여권의 사용제한 등)'에 의해 전쟁·분쟁 취재가 극도로 제한되는 등 사실상 금지됐다. 여권법 제17조는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천재지변·전쟁·내란·폭동·테러 등 국외 위난상황(危難狀況)으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중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기간을 정하여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체류를 금지할 수 있다.'
여권법은 '다만, 영주(永住), 취재·보도, 긴급한 인도적 사유, 공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적의 여행으로서 외교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여권의 사용과 방문·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라는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를 두고 있다.
이 예외 부문이 전쟁·분쟁 취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현실과 정반대다. 예외적 여권사용은 외국 방문 전 외교부에 사전 신청해야 하며, '여권정책협의회' 심의·의결을 거친 후 허가를 받아야 방문할 수 있다. 이 민원 처리 기간도 신규일 경우 약 30일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신속성이 필수인 전쟁·분쟁 취재를 시작부터 무용지물로 막고 있다.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도 유례 없다.

○ 전쟁을 취재해서 형사처벌을 받다
대한민국에서는 전쟁·분쟁 지역을 방문한 한국 언론인에 대해 형사처벌 시도가 이뤄졌다. 현 다큐앤드뉴스 PD인 김영미 PD는 지난 2008년 9월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 이라크 현지를 취재해 외교통상부로부터 여권법 위반으로 형사고발을 받았다. 서울남부지검은 이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러한 처분이 관대한 것이라 볼 수 있으나, 언론인의 전쟁 지역 취재가 여전히 법 위반이란 근거에 따른 것이자, 재범시 처벌할 수 있다는 경고와 압박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러우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시사IN>과 <참세상>에 러우전쟁을 보도한 장진영 프리랜서 사진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한민국 외교부의 여행금지국 지정 직후, 우크라이나 현지를 방문해 여권법 위반 혐의로 2022년 4월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언론사와 계약하지 않은 프리랜서 신분이기에, 언론인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인-여행객으로 분류돼 처벌 받은 것이다. 이는 여권법 처벌 조항에 따른 것이다. 여권법 제17조를 어기고 허가 없이 타국을 방문한 자에 대해 여권법 제26조(벌칙)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여권사용 제한과 처벌은 전쟁·분쟁 취재를 극도로 위축시켰다. 2022년 2월 12일 주우크라이나미국대사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조짐으로 전면 철수하자, 외교부도 즉각 우크라이나를 '여행금지 국가'로 규정했다. 1개월 뒤인 당해 3월 우크라이나 현장과 전선을 취재하려 한 KBS는 외교부로부터 수도 키이브 방문 신청을 거부 받았으며, 최후방인 체르니브치 방문만을 허가 받았다.
이마저도 외교부는 방문 일수와 인원 제한을 뒀으며, 취재 목적과 일정 등 상세한 계획을 사전에 보고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 목적과 취재 계획은 언론인의 신상과 보안에도 해당하는 부분이라, 외교부의 이러한 요구는 과도한 개입 및 검열 논란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우전쟁을 취재한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심의와 제한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알 수 없으며, 기준은 불투명하다. 민원 처리 경과는 심하면 3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상 전쟁·분쟁 취재를 금지한 것이자 애초부터 원천 차단하는 것 "이라는 경험담과 비판이 나왔다.

○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명분?
2023년 9월 27일 발의됐으나 폐기된 여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전쟁·분쟁 취재를 하는 언론인에 대해 기존의 방문 허가 제도 대신, 외교부 장관에의 신고 및 여권사용을 둬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담았다.
이 법안에 대해 외교통일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여행금지 제도는 우리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와 개인의 여행 자유라는 법익 간 균형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입법된 것"이라 답했다. 이는 헌법 내 명문으로 보장하진 않으나, 헌법 제2조가 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도출된 생명권 및 이를 지켜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근거로 뒀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동 조항(여권법 제17조 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라고 답했다. 정작 해당 합헌 결정은 언론인이 아닌 자원봉사자-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판단이었다. 한 국제구호개발 NGO 근무자는 2016년 이라크-시리아 난민 구호 등 인도적 지원 활동 수행을 위해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를 신청했으나, 외교부로부터 반려되자 헌법소원심판(2016헌마945)을 청구했다.
청구인은 이것이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목적은 국외 위난상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고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해 국가·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급 효과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이 사건 처벌조항은 이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결했다.

○ 위축 너머 멸종된 전쟁 취재
해당 판결은 일반인의 여권사용 제한과 처벌에 대한 사례다. 동시에 헌법은 언론의 자유 보장과 과잉금지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기에 전쟁·분쟁을 취재하려는 언론인에게 여권사용 제한 및 처벌이 실제로는 과도하게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다. 김영미 PD는 기소유예로 그쳤으며, 장진영 사진가는 현행 기준 벌금 대신 벌금 500만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법 제17조는 사문화된 법이 아닌, 여전히 활성화된 법이다. 전쟁의 현장을 취재하려면 그 현장에 가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이 민간인·언론인을 구분하지 않고 제한·금지·처벌하는 현실에서, 여권법의 잣대가 민간인·언론인에 과연 다를 것이냐는 의문이 나온다. 더욱이 여권 발급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은 한국 언론의 전쟁 현장 취재를 극도로 위축시킨다.
이 떄문에 일반인과 언론인간 여권법 적용의 차이가 과연 어디 있느냐는 지적을 비롯해, 전쟁·분쟁 취재 및 보도라는 공익적 목적을 행하는 언론인에 대한 부당한 처벌이 언론탄압에 해당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 침해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정상적인 지적과 비판은 다음의 두 사건으로 인해 무관심과 무력한 의제로 전락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ISIL(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의 전신인 '유일신과 성전'은 2004년 6월 이라크 팔루자에서 '김선일 피랍 살해사건'을 벌였다. 테러 단체는 "한국군은 즉각 철수하고 추가 파병 계획을 철회하라"라고 요구하 김선일 씨를 납치·살해했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것은 2007년 7월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살해 사건'이다. 분당샘물교회 교인 23명은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 단체 탈레반이 지배하는 아프가니스탄에 선교를 하러 방문하다 현지에서 납치되고 2명이 살해됐다. 알 권리 같은 공익적 목적이 아닌, 종교적 광신으로 무법천지의 지역에서 기독교 선교를 한다는 지극히 무모한 시도가 벌인 결과였다. 납치 당시 탈레반은 한국 정부에 군 철수 및 탈레반 수감자 석방 등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파병 부대 철수를 발표하자 "테러 단체와 직접 협상했다", "몸값을 줬다"는 외신발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 숙고 없는 처벌 만능주의와 행정 편의주의
위 두 사건 과정에서 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한 노고에도 불구하고 지난한 처리로 여론으로부터 무용론 비난을 받았다. 해외 선진국과 달리 중동 지역 네트워크 및 시스템이 전무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될 정도였다. 이로 인해 태어난 여권법의 포괄적 여행금지와 처벌 강화는 사전 차단으로 기능하게 됐으며, 제3의 샘물교회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외교부의 의지가 담기게 됐다. 동시에 국민의 납치·피랍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서 개인으로 치환됐다.
여권의 사용제한 조항은 2007년 1월 19일 여권법 개정을 통해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2013년 11월 19일,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여권법 개정안이 수정 가결되면서, 처벌 조항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당시 법안 발의자는 제안 이유를 "벌금형 현실화 및 형벌 기능 회복을 통한 범죄억지력 확보"라 설명했다. 전쟁 취재가 금지되는 현실에 대한 사고 없이 처벌 만능주의, 행정 편의주의라는 일률적-포괄적 제한이 어이없이 통과된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2025년 10월 15일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여권법 개정안이 2026년 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법은 여행금지 처벌을 기존 대비 3배인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강화했다. 2025년 10월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스캠·살해' 실태가 여론에 확산되자, 외교부가 캄보디아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를 발령한 것이 제안 이유였으며, 이는 여권법 강화의 명분이 됐다.

○ 전쟁 난 이스라엘·이란은 '허용', 우크라이나·시리아는 '금지'
여권법의 여행금지는 예외 없는 원리원칙에 따른 기준이 아닌, 사실상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만든다. 2025년 6월에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미사일 및 자폭드론 등으로 텔 아비브, 테헤란 등 상대국의 수도 및 주요 도시에 무차별 공습을 벌인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발생했다. 약 2주간 이어진 전쟁으로 양측 합산 사상자는 6000여명을 뛰어넘었으며 벤구리온 공항, 국영 방송국 등 주요 시설들이 크게 파괴될 정도였다.
그런데 이 기간 외교부는 양국에 대해 우크라이나·시리아·이라크 등처럼 전면적인 여행금지를 적용하지 않았다. 여행금지가 이미 발령된 가자 지구 등을 제외한 양국 수도 또는 전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및 출국권고 등을 내렸을 뿐이다. 정작 양국 수도는 상호간 무차별 공습 및 폭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크게 발생하고 있었다.
전쟁 외에도 국제정치적 이유로 위험한 국가도 많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며 외국인 모병 및 납치-강제징병 사례가 발생하는 러시아는 대한민국 국민의 방문이 가능하다. 수년 째 내전이 지속되는 미얀마도 전면 여행금지가 아니다. 국민 안전을 고려한다면 이는 이중잣대로 해석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샘물교회 사건을 계기로 납치·테러 등 범죄에 대해 국민 안전을 고려한다는 논리를 세우고자 한다면, 실제 이것이 벌어지는 국가의 상당수 또한 마찬가지로 여행금지 대상이 돼야한다.

○ 여행금지 이중잣대, 기준은 외교적 부담인가
이를 고려할 때, 실제로는 '국민 안전'이라는 원칙을 100% 따르는 것이 아닌, 국제정치상 '눈치보기'로 차등 대우를 두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까지 만든다. 상기한 이스라엘·이란·러시아의 경우, 공통적으로 대한민국의 중요한 교역 파트너 국가다. 내전과 테러, 전쟁으로 불안한 중동 국가들도 제조·무역 국가인 대한민국에게 중요한 산유국 무역 파트너들이다.
반면 우크라이나·시리아·이라크 등 여행금지 국가는 이 기준에서 모자라거나 벗어나 있어, 여행금지 조치를 내려도 외교적 부담이 덜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에서 벌어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한민국 국회 연설 홀대 논란 사건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당시에는 연설 전 국회와 외교통일위원회 및 의원들이 연설을 거부하는 쪽으로 뜻을 맞췄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국회가 '러시아의 눈치를 본다'는 암묵적 합의가 만든 후안무치적 외교 결례였다.
국제 관계에서 여행금지 또는 비자 제한은 타국에게 ‘공식적 불만 표출·압박 수단’이라는 징벌적 신호이자, 즉각적-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하지만 동시에 경제·인도적 손실, 보복·확산(escaltation), 다자관계 훼손 등 실질적·장기적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큰 조치라 남용해서는 안되는 조치이기도 하다. 여행금지는 타국을 세계에 공식적으로 '위험 국가'-불량 국가라 선언하는 행위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 한국에서 카파·힌츠페터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
"향후 전쟁을 취재하려는 언론인에 대한 여권법상 제한과 처벌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라는 물음에는 앞으로도 '암흑'일 전망이다. 전쟁에 대한 취재가 원천 차단되는 현실은 '외신 받아쓰기'와 스포츠성 전쟁뉴스 양산, 알 권리에 대한 숙고 없는 여론을 조성한다. 또 이것이 전쟁 취재를 위해 여행금지를 위반한 전쟁기자를 처벌하는 것도 모자라, 외려 대중이 비난하는 국민 인식의 왜곡 위험도 키운다. 목숨 걸고 화재를 진압하고 사람을 살리는 소방관이나, 인질극에서 인질의 안전을 위해 대신 인질이 된 경찰을 비난하는 꼴과 같다.
2007년 여권사용 제한과 2013년 처벌 강화가 이뤄진 후, 한국의 전쟁·분쟁 전문 기자 양성 시스템은 사실상 멸종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유네스코나 국제기자연맹 등 언론인 단체에서는 전쟁·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쟁기자를 위한 참고 매뉴얼을 공개하고 있으나, 이조차 변화하는 실제 현장의 경험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전쟁 취재의 노하우를 축적한 언론 시스템 또는 경험 있는 전쟁기자 등 인재를 발굴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한국 여론에서 "전쟁을 알 필요는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지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에서 매일 벌어지는 폭격과 전쟁범죄를 먼 나라의 이야기-한국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로 두는 무관심과 망각은, 전쟁의 경고 마저 시민사회의 의식을 무디게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전쟁에 의한 피해는 시민사회가 오롯이 지게 된다. 대한민국은 사고·재난·전쟁 등에 대해 아무런 준비 없이 문제를 맞이했다가 피로 이를 대신한 많은 실수-역사를 갖고 있다.

○ 전쟁을 외면하는, 그러나 전쟁 위기의 한복판에 있는 한국
어느 나라의 전쟁은 나와 먼-무관한 전쟁이 아니다.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 파시스트당이 승리하자, 이를 본 이탈리아와 나치 독일은 아프리카와 유럽을 침공했다. 동시기 이를 본 일본 제국은 한반도 식민지화를 넘어, 추축국 동맹을 맺고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다. 이것이 바로 제2차 세계 대전이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다. 중동 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가장 눈 여겨 보는 국가가 바로 양안전쟁을 준비하는 중국이며, 그 동맹 북한이 대한민국의 바로 옆에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발트 3국과 핀란드, 폴란드 등 NATO 국가들로 확대될 것이란 위기를 격상 시켰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레바논 헤즈볼라 전쟁,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이어졌으며, 한국의 바로 옆인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양안전쟁의 위기가 날로 커지고 있다. 6.25 전쟁에서 북한을 도와 한반도를 분단 하는데 일조한 국가이자, 현대 미·중 갈등 등 동북아 평화를 위헙하는 국가가 중국·북한·러시아 3국이다. 이들을 마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해 군사기술과 자원을 얻고, 중국이 대만 침공 훈련을 나날이 다지고 있음에도, 대한민국에서 이에 대한 취재와 보도는 한국 기자가 아닌 외신에 의존하고 있다.
1945년 해방 직후 대한민국은 심각한 남북 갈등을 겪었으며, 6.25 전쟁 발발로 전쟁의 화마를 겪었다. 이에 대한 경고와 그 참상을 알리려는 언론의 노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오늘날 전쟁 취재를 금지하고 이를 취재한 언론인을 처벌하는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여행금지의 위선적 모순에 따른 전면적 해제는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여권사용 제한에서 언론인을 제외하는 개선 없이는 대한민국의 위르겐 힌츠페터나 로버트 카파는 영원히 나오지 못할 것이다. 나아가 이는 과거 6.25 전쟁을 알리려 한 언론정신에 유죄라 함과 같은 것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