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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보 후퇴한 조지아 '외국인 요원법', 2보 전진 이미 시작됐다

현지용 기자

2023년 3월 14일

외국인 요원법 반대 시위 주도한 정당·단체 겨냥
"미국 돈 지원받아"…'이적단체' 프레임화 시도
언론 탄압 '러시안법' 비판에도 "국민 오해 풀 것"
친러단체 EU 깃발 훼손…사카슈빌리 건강악화 변수도


14일(현지시간) 조지아 트빌리시에 위치한 조지아 의회 앞에서 친러 극우 단체의 EU(유럽연합) 깃발 훼손이 발생한 후,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과 EU(유럽연합)를 지지하는 단체가 집회를 연 모습. 조지아 의회 측에서 의회 건물 전면의 감시카메라 정비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현지용 기자>

[트빌리시=현지용 기자] '외국인 대리인법'이 조지아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로 철회되자, 집권당 '조지아의 꿈'이 일부 시민단체 및 조직을 겨냥해 "미국 비정부조직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등 외국인 대리인법의 재추진을 위한 밑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라클리 코바키드제 조지아의 꿈 의장은 14일(현지시간) 발표를 통해 "'프랭클린 클럽'이 미국의 비정부조직 '아틀라스 네트워크(Atlas Network)'로부터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며 국민통합운동(National Movement), Girchi 등 이번 외국인 대리인법 반대 시위에 영향을 끼친 정당 및 단체들을 연관 조직으로 겨냥했다.


현지 보도 등에 따르면 프랭클린 클럽은 조지아 시민단체로 이번 외국인 대리인법 추진 반대 등 정권의 친러 행보에 대해 비판적 활동을 해온 단체들 중 하나다. 의장은 "이들은 아틀라스 네트워크의 지원을 받고 정치활동에 학생, 미성년자를 모집해 비폭력·폭력 시위를 조직했다"고 주장했다.


조지아의 꿈 소속 이라클리 가리바슈빌리 총리도 앞선 지난 13일 조지아 TV Imedi와의 인터뷰에서 "프랭클린 클럽으로 젊은이들이 극단주의·반국가적 활동에 세뇌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관련 단체들을 겨냥한 비난에 앞장서고 있다.


조지아 의회 외벽에 칠해진 낙서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집권당인 조지아의 꿈은 지난 8~10일간 유혈사태까지 벌어진 외국인 요원법 반대 시위로 법안 철회라는 패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 10일 해당 법안 가부를 결정하는 투표에서 조지아의 꿈 의원단은 부결에 투표하는 대신, 전원 불참으로 법안 부결에 일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한 의지는 부결 직후 이미 반전을 위한 작업으로 구현되는 모습을 띄고 있다. 앞서 러시아에서는 조지아와 같은 외국인 대리인법으로 언론 및 반정부 인사를 탄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조지아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외국인 대리인법이 러시아의 같은 법과 유사한 것을 넘어, '법안에 러시아의 조지아 내정간섭 영향력이 담겨있다'는 중의적 의미로 외국인 대리인법을 '러시안법'이라 비판하고 있다.


반면 코바키드제 의장을 비롯한 조지아의 꿈 소속 정치인들은 여론의 반발에도 법안 부결 직후 "해당 법안은 러시안법이 아니며, 러시아의 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국민께 설명해 외국인 대리인법에 대한 오해를 풀 것"이라고 현재까지 주장해오고 있다.


조지아 시민단체 프랭클린 클럽의 로고 <사진=Franklin Club>

집권당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야당 Strategia Aghmashenebeli 소속 테오나 아쿠바디아 의원은 14일 "프랭클린 클럽은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지식과 교육을 제공한다"며 조지아의 꿈을 향해 "조지아의 꿈은 (민주주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두려워한다. 루스타벨리(조지아 의회가 위치한 거리)에서는 아무도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들은 볼셰비키 방식으로 조지아를 서방으로부터 분리시키지 못할 것"이라 반박했다.


조지아의 꿈이 프랭클린 클럽을 지원한다고 겨냥한 아틀라스 네트워크는 미국 버지니아에 위치한 비정부 조직으로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영향을 받은 영국 기업인 안토니 피셔 경이 1981년 설립했다. 그는 1955년 씽크탱크인 런던 경제연구소(IEA), 1970년대 캐나다 프레이저 연구소, 맨해튼 정책 연구소, 태평양 정책 연구소(PRI) 등을 여럿 설립했다.


아틀라스네트워크는 세계 자유주의 및 자유시장 교육 조직 및 파트너에게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2020년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수익 규모는 1554만 달러로 세계 씽크탱크 순위인 'Global Go To Think Tank Index'에서 미국 최고의 씽크탱크 가운데 54위에 선정됐다.


조지아의 꿈이 한 이번 발표와 수사학을 종합하면, 외국인 대리인법 추진을 반대하는 반정부 시민단체 또는 정당은 '외국-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적단체 아니냐'는 프레임 의도를 추측할 수 있다.


반면 조지아의 꿈이 겨냥한 아틀라스 네트워크는 미국 현행법상 비정부조직으로 분류돼, 재단·개인·기업의 기부금 외 정부 자금은 받지 않는다. 아틀라스 네트워크가 공개한 2020년 후원 내역에 따르면 후원 프로그램을 통한 모금의 비중은 전체의 99.4%로 관련 자금 또한 미국 비영리 기부자 자문기금인 Donors Trust, Charles Koch 재단 등 타 재단 등을 통한 자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조지아 트빌리시에 위치한 조지아 의회 앞에서 친러 극우 단체가 게양된 EU(유럽연합) 깃발을 끌어내린 후 불태웠다. <사진=RFE/RL>

한편 외국인 대리인법의 부결에 대한 반격은 집권당의 수사학 외 물리적 형태로도 나오고 있다. 14일 친러 단체 회원 수십여명은 이날 조지아 의회에 세워진 EU 깃발을 끌어내려 불태웠다. 이에 조지아 내무부는 관련법을 따라 EU·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또는 EU 공식 상징을 모독한 행위에 대해 벌금 부과 등 행정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가 조지아 정국 불안에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은 EU 및 나토 가입을 추진해 러시아와 마찰을 빚어온 인물로, 2021년 권력 남용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런데 그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몸무게가 120kg에서 64kg으로 줄어드는 등 다발성 장기부전가 우려되는 수척한 모습을 공개했다. 건강 악화가 독극물 중독 아니냐는 의혹까지 오르자, 조지아 정부는 "단식으로 수척해진 것 뿐"이라 일축했다.


이에 폴란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폴란도 의료진의 조지아 파견 계획을 알렸으나, 조지아 정부는 이에 대한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안나 포티가 EU 의회 의원은 14일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EU, 회원국이 사카슈빌리 석방에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의료팀, 이송 등 모두 준비돼있으나 조지아는 침묵하고 있다"며 "그의 생명은 위험에 처해있으며 신속히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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